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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커브 네가 가지고싶다 - 3 (바이크 입문자 첫 운전 후기)

모노산달로스 2023. 4. 8. 01:07

나와 모터바이크 세계의 만남

 


 

04/05 (목)

 

고대하고 고대하던 슈퍼커브가 집에 찾아왔다. 매장에서는 사장님이 직접 방문해서 타고 가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동의했지만 역시 입문자가 바로 공도로 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돈을 더 주더라도 탁송으로 받아왔다. 안양 -> 수원 탁송 비용은 80000원이었고 대학생이라서 10000원 할인을 해주셨다. 문제는 비 예보가 저녁까지 있었기에 내 슈퍼커브는 출고되자마자 비 세례를 맞게 되었다...

 

탁송받은 슈퍼커브 110

 

너무나 타보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바이크를 타는 상황에서 비도 오고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환경은 큰 위험이 될 터였다. 따라서 우선 집 앞에 잘 세워두고 타보는 것은 다음 날로 미루었다. 비를 맞는 슈퍼커브가 불쌍했지만 나는 지하 주차장도 없었고 바이크 커버도 없었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바이크 커버를 하나 구비해 둬야겠다.

 

 

방으로 돌아와서 키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구나 슈퍼커브. 이제는 운전을 잘 배워나갈 일만 남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형 키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느 자동차를 보아도 스마트키로 변환되었는데 오토바이는 아직 구형 키가 남아있다. 이것도 또 하나의 감성적인 요소로 자극받는 것 같다.

 

우선 내일을 위해 이륜차 보험을 등록해야 했다. 번호판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책임보험을 들어야 한다. 다이렉트가 기본적으로 저렴하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네 군대 정도 보험료 계산을 해 본 결과 내 보험료의 최저가는 23살 기준 880,000원 정도로 책정되었다. 부모님 앞으로 들면 더 저렴하게 가입하겠지만 나는 보험경력을 고려해서 본인 명의로 들어갔다.

 

 

 


 

04/07 (금)

 

드디어 새 아침이 밝았다. 기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시트 커버를 벗겨내었다. 태양빛에 다 증발했는지 비를 맞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짝거렸다. 물론 약간의 얼룩을 발견했기에 차량 정비 용품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토바이도 다른 차량들처럼 관리를 잘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 바이크에 입문한 느낌을 작성해 보겠다. 참고로 본인은 차량 운전 경력 1년 정도가 있고 자전거는 초등학생 이후로 타 본 적이 없다. 씽씽이는 꽤 자주 탄 편이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타 보는 날이므로 간단하게 할 일을 정리했다. 아래와 같다.

 

 

1. 집 한 바퀴 돌아보기

 

유튜브를 통해 이론을 배우긴 했지만 아직 바이크 입문자라는 사실은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감을 익히기 위해 집 주변을 계속 빙글빙글 돌았다. 약 30분 정도 돌았는데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듯싶었다. 쓰로틀 감기, 기어 조절, 브레이크 잡기, 좌회전 우회전 돌기.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가고 있었다.

 

 


 

2. 주유소 들르기

 

첫 번째 관문이었다. 슈퍼커브의 주유 칸이 한 칸에서 깜빡거리고 있었다. 가장 급한 과제는 기름을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주유소가 있었기에 다음 목표는 주유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 약 7분 정도를 달리는 거리였고 공도는 살짝 걸쳐있는 정도였기에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득 채웠음에도 많은 가격이 나오지 않았다. 슈퍼커브자체의 연료통은 크지 않다. 그리고 연비도 좋다고 하니 계속 달려보고 나서 주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손이 많이 트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라이딩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장갑이 필요하겠다는 것이었다. 엄지손가락 이 쓰로틀과 브레이크 사이에 부딪히면서 상처가 조금 나고 쌀쌀한 날씨에 바람을 계속 맞으니 손이 엄청 건조해졌었다. 라이딩 장비를 더 구비해야겠다고 느꼈다.

 

 


 

3. 구청 들르기

 

 

주유를 하고 나서 곧바로 구청으로 향했다. 이륜차 등록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금액은 다음과 같았다. 취등록세 42,000에 번호판 비용 9,000이 나왔다. 순수한 바이크 구매 비용 이외에도 추가 지출이 많이 생겨난다.

 

 

그리고 번호판을 직접 달았다. 몽키스패너를 지니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번호판을 장착할 수 있다. 귀찮게 센터를 찾아갈 필요는 없는 듯했다. 이름이 생긴 슈퍼커브를 보니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이제 어디로든 당당하게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아는 후배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학교에 올 수 있겠냐는 것이었는데, 원래 계획은 아니었지만 학교도 한 번 들러보기로 결심했다.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 소기 목적은 통학이었으니 시간이 있을 때 다녀오기로 했다.

 

 


 

 

4. 학교 통학 해보기

 

 

학교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단, 경사가 높은 언덕이 존재해서 조금 겁을 먹기는 했다. 물론 막상 올라가 보니 슈퍼 커브의 힘이 생각보다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잘 올라간다. 이륜차로 내려가는 내리막 길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이륜차를 타 본 적이 없으니 이전에는 씽씽이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막상 타 보니 오히려 안정감 있고 힘도 좋다는 게 크게 느껴졌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는 얼떨결에 텐덤을 곧바로 하게 되었다. 슈퍼 커브를 사겠다고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다들 태워달라는 요청을 해왔었다. 당시에는 동의했지만 여러 번 생각해 보고 나서는 일정 키로수 이상이 되면 텐덤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오늘 슈퍼 커브를 타고 만나러 온 상태에서 텐덤을 거절하기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크게 공도로 나가지는 않는 경로였고 텐덤을 위해 2인용 시트를 장착한 것도 있었다. 텐덤도 연습이 필요하므로 큰 결심을 하고 첫 운전 당일에 텐덤을 해 보았다. 확실히 무게감이 달라지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역시 다른 문제보다 첫출발과 회전에 애를 먹었다. 아직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새겨 넣었다.

 

 

결론 적으로 슈퍼 커브의 첫 운행은 대 만족과 환희에 가득 차오른 감정의 발산이었다. 조작은 아직 미숙하지만 어려운 길이 아니라면 충분히 해 나갈 수 있었다. 다른 이륜차를 타 본 적이 없어서인지 커브의 안정감도 크게 느껴졌다. 돈을 쓴 보람이 크게 느껴진다. 너무 아름답고 너무 실용적이고 삶의 질이 달라진 기분이다.

 

물론 아직은 첫 운행이고 차가 많은 공도로 크게 나가지는 않았으니 모를 일이다. 꾸준히 연습해서 실력을 키워 안전하게 운행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륜차에 입문하고자 하지만 겁을 먹고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크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나도 아직 트립을 가거나 큰 공도로 나가지도 못한 입문 자다. 하지만 처음 바이크를 운전해 보면서 두려움보다는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것을 실제로 해내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들 아니겠는가? 나는 하나의 새로운 취미이자 유용한 인생의 도구가 생겼다. 다시 한번 절대 안전운전을 기원하며 한 달 뒤에 슈퍼 커브 사용 후기로 다시 찾아오겠다.